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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EV9은 대박, 현대 아이오닉 9은 왜 고전할까?

ㅎㅎㅅㄹ 2025. 5. 27. 16:35

같은 회사, 다른 인기! 기아 EV9은 대박, 현대 아이오닉 9은 왜 안 팔릴까?

1. 판매 실적의 극명한 대비

기아 EV9은 2023년 출시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2024년 월드카 어워즈에서 ‘세계 올해의 자동차’와 ‘세계 올해의 전기차’ 2관왕을 차지하며 상품성을 인정받았고, 특히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반면, 현대 아이오닉 9은 2025년 2월 국내 출시 이후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2025년 4월 기준, 아이오닉 9은 월 1,009대 판매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였지만, EV9의 초기 출시 시점(2023년 6월~12월, 8,052대 판매)과 비교하면 여전히 저조한 성적입니다.

이 차이는 단순히 신차 효과나 출시 시점의 차이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두 차량은 동일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기반으로 하며, 기술적 스펙에서도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의 선택을 가른 핵심 요인은 무엇일까? 브랜드 전략과 마케팅 접근 방식에서 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2. 브랜드 전략: 기아의 대담함 vs 현대의 신중함

기아 EV9: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플래그십 이미지

기아는 EV9을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솔루션’을 상징하는 플래그십 모델로 포지셔닝했습니다. EV9은 강인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디자인과 함께 지속 가능성을 강조한 소재 사용(바이오 기반 재료, 재활용 소재 등)을 통해 환경 의식 높은 소비자층을 공략했습니다. 특히, 기아는 EV9을 글로벌 시장, 특히 북미와 유럽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패밀리 SUV’와 ‘고성능 전기차’라는 두 가지 이미지를 동시에 어필했습니다. 2024년 북미 올해의 차 SUV 부문 수상은 이러한 전략의 성공을 입증합니다.

기아는 또한 EV9 GT와 같은 고성능 모델을 출시하며 스포티한 주행 감성을 원하는 소비자까지 포괄하려 했습니다. 이는 다양한 소비자층을 끌어들이는 데 기여했으며, 특히 젊은 가족 단위 고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갔습니다.

기아 EV9
EV9 실내 이미지

 

현대 아이오닉 9: 프리미엄과 실용성의 균형 시도

반면, 현대는 아이오닉 9을 ‘에어로스테틱(Aerosthetic)’ 콘셉트로 설계하며 공기역학적 디자인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했습니다. 아이오닉 9은 110.3kWh 배터리(최대 주행거리 532km)와 공기저항 계수 0.259로 EV9(99.8kWh, 최대 501km)보다 우수한 스펙을 자랑합니다. 또한, 3열까지 확장된 넓은 실내 공간과 유니버설 아일랜드 2.0 콘솔 같은 혁신적 사양을 통해 패밀리 SUV로서의 실용성을 부각시켰습니다.

하지만 현대의 브랜드 전략은 다소 신중한 접근으로 보입니다. 아이오닉 9은 기아 EV9의 ‘고가’ 논란을 반면교사 삼아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택했지만(7인승 기본 트림 6,715만원, EV9 에어 트림 7,337만원), 이로 인해 오히려 ‘프리미엄’ 이미지가 약화되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소비자들은 아이오닉 9을 기존 현대차의 내연기관 SUV인 팰리세이드(최고급 하이브리드 7,150만원)와 가격대가 겹친다고 느끼며, 전기차만의 차별화된 가치를 충분히 느끼지 못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현대 아이오닉9
아이오닉 9 실내이미지

3. 마케팅 효과: 소비자 심리 공략의 차이

기아 EV9: 감성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

기아는 EV9의 마케팅에서 감성적이고 대담한 접근을 취했습니다. ‘Movement that inspires’라는 브랜드 슬로건 아래, EV9을 가족과 함께하는 모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상징하는 차량으로 포장했습니다. 글로벌 오토쇼와 미디어 행사를 통해 EV9의 디자인과 기술력을 적극적으로 알렸으며, 특히 북미 시장에서는 대규모 시승 이벤트와 광고 캠페인을 통해 소비자 접점을 늘렸습니다.

또한, 기아는 초기 판매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2023년 말 최대 2,600만원 할인 정책을 도입하며 재고를 소진하고 가격 접근성을 높였습니다. 이 파격적인 할인은 정가 구매 고객들의 불만을 초래했지만, 동시에 EV9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현대 아이오닉 9: 기술 중심의 보수적 마케팅

현대는 아이오닉 9의 마케팅에서 기술적 우수성과 실용성을 강조했습니다. 2024년 LA 오토쇼에서 호세 무뇨스 사장이 직접 나서 아이오닉 9을 “패밀리 SUV의 진화”로 소개하며, 긴 주행거리와 첨단 사양을 부각시켰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 중심의 메시지는 감성적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는 전기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충전 인프라 부족, 배터리 안전성 우려 등)과 팰리세이드 같은 내연기관 SUV의 강세로 인해 아이오닉 9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덜 부각되었습니다.

현대는 EV9의 동력 상실 리콜 사태(2023년, 8,300대 전량 리콜)와 같은 논란을 피하려는 신중한 접근을 취했지만, 이로 인해 마케팅에서 과감한 임팩트를 주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4. 소비자 심리: 가격과 신뢰의 갈림길

소비자 심리에서 가장 큰 차이는 ‘가격’과 ‘브랜드 신뢰도’에서 비롯됩니다. EV9은 초기 고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수상 경력과 할인 정책으로 가격 대비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반면, 아이오닉 9은 EV9보다 낮은 가격으로 출시되었지만, 소비자들은 이를 ‘저렴한 대안’으로 인식하기보다는 현대차의 기존 내연기관 SUV와 비교하며 선택을 망설이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또한, EV9은 기아의 전기차 브랜드 ‘EV 시리즈’의 플래그십으로서 선구자적 이미지를 구축한 반면, 아이오닉 9은 뒤늦게 시장에 진입하며 ‘EV9의 대항마’로 인식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아이오닉 9은 독립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5. 현대가 배워야 할 것들

기아 EV9의 성공은 대담한 브랜드 포지셔닝, 감성적 마케팅, 그리고 시장 상황에 맞춘 유연한 가격 정책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반면, 현대 아이오닉 9은 뛰어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심리를 자극하는 데 다소 부족한 마케팅과 브랜드 이미지를 보여주었습니다. 현대는 아이오닉 9의 판매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전략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 감성적 캠페인 강화: 기술적 우수성뿐 아니라 가족, 지속 가능성, 모험 등 감성적 가치를 강조하는 광고 캠페인 전개.
  • 차별화된 포지셔닝: EV9과 직접 비교되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아이오닉 9만의 독특한 매력을 부각.
  • 유연한 프로모션: 초기 시장 안착을 위해 선제적인 할인이나 혜택 제공.

현대차그룹 내 ‘형제 싸움’은 전기차 시장의 활력을 불어넣는 기회일 수 있습니다. 아이오닉 9이 EV9의 성공을 교훈 삼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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