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28. 08:29ㆍ카테고리 없음
현대차 배터리 생산 기대반 걱정반
전기차 포비아까지 번졌던 화재 걱정들로 인해 뜨거웠던 지난 8월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와 기아차는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판매했습니다. 이는 중저가 차량의 상품성 및 가격 경쟁력에서도 충분한 개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보입니다. 점점 더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시기가 오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지금 그리고 앞으로 전기차의 판매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가격이란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기차 원가 중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배터리를 내재화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차가 배터리를 내재화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여러 전기차 회사들이 배터리를 내재화하기 위한 한 시도를 했었지만 현재 제대로 된 생산을 하는 곳은 중국의 BYD 뿐입니다.
*이전 관련 글
배터리 생산 그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닙니다
중국의 BYD는 같은 선에서 비교해서는 안 되는 게 이미 배터리로 시작했던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자동차 회사가 배터리를 추가한 것이 아니라 배터리 회사가 자동차 생산으로 확대한 케이스이기 때문입니다
전기차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 테슬라 역시도 4680 배터리에 양산 수율을 끌어올리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실제로 배터리 분야의 고급 인력들을 대거 확보했던 유럽의 노스볼트 조차도 제대로 된 양산을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만큼 배터리 양산이 쉽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현재 양산 중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 SDI 조차도 양산 수율을 개선한 것은 불과 몇 년이 되지 않습니다 그만큼 배터리를 양산하는 데 들어가는 기술 및 노하우는 여느 제조 공정을 경험했다고 해서 따라 할 수 있는 수준이 것이 아닙니다.
현대차는 지난 10여 년간 배터리에 대한 기술 개발 및 연구를 지속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런 현대조차도 자체 생산을 원활히 하는 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조금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다른 전기차 제조사인 포드나 지엠의 내재화보다는 빨라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미 제조 공정에 대한 개선 역량 및 노하우를 습득하고 있고, 국내 유수의 인력들을 확보한 점을 본다면 자체적인 내재화가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오히려 설계만 관여하고 양산은 전문업체에 맡기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애플이 TSMC에 소싱을 주는 것처럼 말입니다.
또한 현대의 배터리 내재화가 성공하는 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히 배터리 공급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이나 삼성 SDI, SK 온과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위치에 오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협상력에 있어서 우위에 설 수 있다는 것은 공급 단가를 그만큼 낮게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입니다. 현대차로서는 배터리의 개발계획이 그다지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입니다.
향후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배터리의 내재화가 쉽지는 않을 예정이지만 성공한다면 현대. 기아차로서는 좀 더 유리한 위치에서 글로벌 업체들과 가격 경쟁 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객에게 있어서도 저렴한 전기차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되는 것이니 응원을 해야 할 텐데 저로서는 제 밥그릇을 걷어차는 일이라서 마냥 즐길 수만은 없는 것 같습니다. 결국 배터리 제조사가 더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만이 살아남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