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EF가 소고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꼭 볼 것

2023. 4. 13. 08:52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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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새로운 시리즈 BEEF 

넷플릭스의 새로운 블랙 코미디 Beef를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성난 사람들' 이라는 다소 재미없는 제목이 달렸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리 인기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주변사람들도 이 시리즈에 대해서 물어보면 대부분 모르더군요. 
Beef라고 하면 당연히 처음 드는 생각은 '소고기, 쇠고기?'입니다. 넷플릭스에 목장드라마를 찍었나 싶었습니다. 순수히 스티븐 연과 알리 웡이 출연하는 것에 관심이 있어 보게 된 내용인데 보길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BEEF ① 소고기 ②(비격식) 불평   ③(비격식) ~에게 불평을 하다, ~와 싸우다 

 

BEEF는 어떤 시리즈?

영화의 소개에도 그렇고 처음 시작도 그렇듯이 표면적으로는 두 명의 주인공인 스티븐과 알리의 사소한 감정싸움이 폭발하여 서로 간의 복수가 반복되는 내용처럼 보입니다. 내가 치고 또 내가 당하는 '복수의 티키타카'를 유쾌한 시선으로 풀어낸 블랙코미디 말입니다. 처음에는 우발적이었지만 사고가 반복되면서 서로 간의 관계는 누구보다 더 틀어져버리고 사악한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주차장에서 시비가 붙어 감정을 상하고, 그에 대한 소심한 복수로 차량의 뒤편에 쓰레기를 버리는 정도는 누구라도 경험한 사항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정도의 선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BEEF

대니 조(스티븐 연)는 실패한 컨스트럭터입니다. 말이 좋아 그렇지 주변에서 변기를 뚷어주거나 정원에 나뭇가지를 쳐주고, 지붕도 고쳐주고, 배관도 봐주는 그런저런 업자(?)입니다. 하지만 부모님이 모텔사업에서 실패한 뒤 제대로 된 집을 구해드리기 위해 애쓰고, 동생인 폴(영 마지노)을 위하는 속이 따뜻한 남자입니다. 반대로 에이미 라우(알리 웡)는 멋진 남편과 귀여운 딸이 있는 행복한 가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밖에서는 자신 소유의 화초회사를 일궈낸 성공한 사업가입니다. 하지만 바닥부터 다져온 자신의 노력에 대한 대가를 원하는 지극히 평범한 여성이기도 하지요. 가장 큰 관심사는 자신의 회사를 매각하고 사랑하는 딸과 온전히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쉽게 비즈니스는 풀리지 않고, 남편과 시어머니 등의 행동은 압박감을 느끼게 합니다. 그러다 보니 표면적으로는 부족할 것 없이 보이는 그녀에게도 엄청난 화가 내재되어 있습니다. 

사건의 시작은 이랬습니다. 대니(스티븐 연)는  매장에서 구매했던 BBQ기계를 반납하려다 영수증이 없어 실패하고, 그런 자신이 너무 등신 같고 머저리 같아서 분노합니다. 차량에 앉아 후진을 하려던 그 순간 미처 발견하지 못한 하얀색 벤츠 SUV가 급제동을 한 뒤 클락션을 울려댑니다. 창문을 내려 차량을 노려보는 순간 알리는 창문을 내려 손가락 욕을 날립니다. 가뜩이나 분노에 차 있던 대니는 흰색 SUV를 쫒기 시작하고 결국 로드레이지로 변모합니다. 이 장면은 SNS를 통해 퍼지지만 다행히 부분만 찍혀서 의구심만 남기며 일단락 됩니다.

열받은 대니 (스티븐 연)

이후 번호판을 통해 알리의 주소를 알게 된 대니는 집을 봐주는 척 들어가 화장실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도망칩니다. 이에 분노한 알리는 대니의 신상을 파악하고는 대니 사업에 찬물을 끼얹어줍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서로 간에 있을 수 있는 복수라고 생각되지만 서로 간의 악연을 끝은 보이지 않죠. 심지어 자신의 차량에 낙서한 것에 대한 복수로 대니는 알리의 차량을 불태우려 하다가 차 안에 아이가 있는 것을 보고 기겁을 합니다. 결코 반복되지 않을 듯 보이는 사건들이 대니의 동생인 폴과 알리가 엮이게 되고, 또한 알리의 남편인 조지(조셉 리)와 엮기게 되면서 점점 더 사건은 복잡해 집니다. 


BEEF를 추천하는 이유
 

얼마전 아내가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요즘 당신 짜증이 늘은 것 같아
무슨 일 있어?

네, 최근에 짜증 나는 일이  많았습니다. 우리가 이런 짜증을 느끼는 이유는 주는 대상은 있지만 마땅히 풀어낼 수 있는 대상이 없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요소는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에게 보복할 수는 없는 환경이 나를 더욱 화나고 짜증 나게 합니다. 한편으로 감정노동자들의 입장이란 게 이런 걸까 생각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을 맞은 적도 있었습니다. 

때마침 Beef를 보고는 너무나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영화를 봐야 할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바로 공감할만한 소재라는 점입니다. 물론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의 생활을 그려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사람으로서 느끼는 감정이라는 것은 다를 게 없습니다. 시리즈가 지속될수록 영화 속의 대니와 알리, 조지와 폴, 그리고 그 주변의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을 따라 몰입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나 역시 한 번쯤 느껴본 그런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더 이유를 말씀드리자면 이 시리즈는 비단 '화'에 대한 내용만은 아니란 점입니다. 처음에는 화에 대한 분풀이, 복수에 대한 공감에서 들여다보게 되지만 조금 더 깊이 파보면 그 속은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실제로 주인공들과 주변인들 모두 무언가 공허하고 외롭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아무리 활기차고 밝은 사람이라도 모두가 가지고 있는 그런 외로움 말입니다. 모든 것을 가진 듯이 보이는 알리도 느끼는 공허함이 있고, 대니 역시 그동안 가족을 위해 헌신했지만 정작 자신만 웃을 수 없는 현실에 공허함과 외로움을 느낍니다. 성공한 아내 옆에 있는 예술가 조지 역시 아내의 그늘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외도를 즐기며, 그의 어머니 역시 화려한 생활 뒤에 수다 떨어줄 친구조차 연락이 없는 외로운 존재입니다. 
 
빠른 전개와 시원한 액션이나 스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인물들이 심리상태와 대화를 통해 진행되는 구조는 나름 신선합니다. 이러한 구조는 극중 주인공들의 심리상태와 감정변화를 섬세하게 느낄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로 인해 우리는 온전히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게 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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