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가치, 그 돈주고 살만한가요?

2024. 2. 19. 22:00삶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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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가


예전에 처갓집을 갔는데 처남이 이상하게 생긴 신발을 신고 있어서 물었다. 도대체 그 신발은 정체가 뭔지 말이다. 매형은 발렌시아가도 모른다며 핀잔을 주더라. 그 신발을 신고 한껏 멋을 부린 채로 외출을 하는 처남의 뒷모습이 너무나 의기양양해 보였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한동안 발렌시아가라는 신발이 또래 사이에서는 인기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발렌시아가 든 발렌시아주스 든 간에 이름은 중요치 않다. 내가 보기엔 그저 덜 떨어진 녀석들이나 신는 괴상망측한 신발을 일뿐이었다. 그렇게 괴상한 신발을 신는 용기가 어디서 나오는지 그게 더 궁금했다. 항공모함같이 커다란 신발이 어디가 좋다는 건지...

아무리 봐도 에바야 에바

괴상한 신발을 신는 용기


그건 바로 명품이라는 이름값이었다. 내가 명품을 신었다는 자신감의 발로였다. 누군가가 내가 명품을 신었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기대하는 그 기댓값이 창피함을 극복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런 신발을 신고 밖을 나돌아 다닐 수 있을까?

재작년 여름 같은 팀의 젊은 여직원이 나에게 자랑스럽게 물었다.

"책임님 오늘 입은 이 티셔츠 어때요? 이거 얼마 줬는지 맞춰보세요."

"글쎄, 이만 원?"

"네? 책임님 농담도 잘하신다. 이거 브랜드예요. 그런데 이 아이가 세일을 하길래  제가 8만 원에 데려왔어요. 정말 끝내주지 않아요."

여직원이 하도 천진난만하게 나게 사랑하길 나도 어쩔 수 없이 마찬가지지만 속으로는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내가 보기엔 다른 티셔츠와 다른 바 없는 비싸봐야 2~ 3만 원짜리 무지티셔츠를 이것저것 할인을 다 해서 8만 원을 주었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더 웃긴 것은 정가를 주고 10여 만원에 면 티셔츠 한 장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인데, 이게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명품에 대한 가치


명품이란 건 과거부터 장인들이 한 땀 한 땀 노력을 기울여 만들었다고 들었다. 그만큼 오랜 역사와 가치를 머금은 제품이기에 돈이 있는 사람들은 그만한 가치를 주고 구매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 값을 치를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모두 명품을 쫓는다. 그 명품에 어울리는 수준을 갖추는 게 급선무일 텐데 껍데기에만 집착하는 것이다. 내가 발렌시아가를 신고, 샤넬 가방을 메며, 몽클레어 패딩을 입으면 다른 사람들도 나의 가치를 그에 준하여 평가해 준다고 오해하기 때문이다. 뭐 요즘엔 너무나 돈이 많은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명품을 상시 착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는 하다. 나는 그 명품에 어울리는 경제적인 능력을 갖춘 사람이 구매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는 소득으로 명품만을 쫓느라 빚더미 앉는 사람들을 보자면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명품을 해도 명품 같지 않은 사람이 있고, 만 원짜리 옷을 걸쳐도 명품 같은 사람이 있는 법이다. 명품을 걸치고, 입에는 걸레를 문 사람들을 우리는 어떻게 명품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혹은 명품을 걸치고 바닥에 침이나 찍찍 뱉는 그런 사람들이 걸친 옷이 과연 얼마나 가치 있어 보일까?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의 걸맞은 옷이라고 생각한다. 명품을 걸치면 나 역시도 명품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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