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0. 11. 08:14ㆍ삶의 지혜
Capital Loyalty
서울시내의 아파트 중위 가격이 15억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서울은 이제 이름에 걸맞게 특별한 도시가 돼 버린 듯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청주의 아파트가격과 비교했을 때 어림잡아 다섯 배 이상이나 차이가 나더군요.
뉴스에 따르면 서울의 집값은 2년 간 5억이나 올랐다고 하니 대단합니다.
몇 년전 중국 남경에 출장 갔을 때입니다. 함께 일하던 FSE 한 분이 귀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가족 얘기가 나왔습니다. 귀임하신 후 어디에 사실 지를 여쭤보았습니다.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전세로 계약을 했다고 하시더군요. 상식적으로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30여 년이 훌쩍 지난 쓰러져가는 아파트를 그만한 돈을 주고 그것도 전세로 들어갈 이유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책임님의 자녀가 고등학교에 들어갈 예정이라 자녀의 학업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더군요. 사실 저는 아이들이 어려 아직 그런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습니다.
지방에 사시는 분들은 공감하실 듯 합니다만 서울에 15억, 20억 아파트를 살고 있느니 차라리 정리하고 지방에 내려와 산다면 보다 윤택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을 텐데 왜 그렇게 하지 않는지 항상 궁금했습니다.
그 비싼 돈을 방바닥에 깔고 앉아서 쪼들리는 생활을 왜 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되었죠.
서울시민들이 지방으로 내려오지 못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우선 제가 주위에 서울분들과 친구들을 통해서 경험한 바에 따른 개인적인 소견임을 밝힙니다.
1. 수도에 산다는 자부심( 혹은 자존심)
예전 친한 친구는 소위 강남에 잘 나가는 녀석이었습니다. 대학생 때 이런저런 도움을 주고받아 친해지게 되었는데 가끔 함께 술을 마시다 보면 상당히 독특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한 번은 이런 질문을 하더군요.
" 야, 대전 밑으로도 사람들이 살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인지. 녀석이 그때 그것을 몰라서 물었던 것은 분명 아니었습니다. 그만큼 서울과 지방과의 인프라 차이가 있고 그런 곳에서 심심해서 어떻게 사냐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실제로 녀석은 제주도를 제외하고 부산에도 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몇 몇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서울이라는 자부심에 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나라의 수도이고 서울만큼 편하고 주목받는 도시는 없기 때문입니다. 왠지 모르게 그들에게 있어서 서울을 벗어나는 것은 옛날 성골. 진골 귀족에서 평민으로 내려오는 것만큼이나 하기 싫은 일 같아 보였습니다.
2. 인적네트워크의 유지는 위해서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친구입니다. 서울에서 현재까지 만나고 이어온 인적 네트워크를 깨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이것은 비단 서울 사람들만의 이유는 아니라고 봅니다만 실제 아이들도 그렇고 성인이 되어서 기존의 만나던 사람들을 멀리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기는 쉽지 않습니다. 눈에서 멀어지만 마음에서도 멀어지듯이 서울 친구들과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면 당연히 만나는데도 소원해지게 마련이고 그럴 경우 지금까지의 인적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일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나이가 든 어른신들은 지방이 더 공기도 좋고, 노년을 즐기고 싶어 귀농이나 지방으로 이사를 하고 싶어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나이가 들어서는 그동안의 관계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애착은 더 크기 때문에 서울을 벗어나기 더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3. 가계생활의 터전을 옮기기 힘들어서
마지막 이유는 아마도 결정적 이유라고 생각되는데, 그것은 가계생활의 터전이 바로 서울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장과 수입의 인프라가 모두 서울에 있다면 옮기고 싶어도 현실적인 이유로 옮길 수 없을 것입니다.
반대의 입장이지만 지금 하는일을 접고 서울로 이사를 해야 한다고 한다면 저 역시 많을 고민이 될 듯합니다. 현재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다면 계속 유지를 해야 하고 사업을 하더라도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도시에서 운영하는 게 더 유리할 것이기 때문이지요.
무엇인가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나는 두려워서가 아니라 이런저런 타당한 이유에서 그러는 거야'라며 위안을 삼지만 사실은 현재 나의 발을 묶는 족쇄보다는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평양감사도 자기가 싫은면 그만두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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