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것들의 배신

2021. 8. 3. 10:38삶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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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결과를 받아보고 와이프의 애정 어린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시력이 평소에도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최근 십여 년간 교정시력 수준에서 변화가 없었는데 이번엔 달랐다. 안경점에 들러 시력을 다시 측정하고 안경을 맞췄다. 왜 이렇게 시력이 안 좋아졌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요 근래 잠자리 전에 불 끄고 본 유튜브 영상들이 화근이었다.

노안이 왔나?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폰이라는 21세기 최고의 발명품을 남겨준 이후 많은 것이 변했다. 새로운 기사와 날씨를 손안에서 확인할 수 있고, 음식과 교통 편을 예약할 수도 있으며, 각종 엔터테인먼트로 심심할 틈을 내어주지 않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이 조그만 상자에 목이 메어 되어 버렸다. 20세 최고의 발명품인 텔레비전을 바보상자라 폄하하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스마트폰의 무차별적인 공격에 제대로 된 반격도 못 한 체 휘청 되고 있는 것이다.

버스를 타건 지하철을 타건 열에 아홉은 머릴 조아리며 스마트폰 신을 영접하고 있다. 식당이나 카페에 가더라도 음식이나 음료를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에도 우리는 조급증 난 환자처럼 스마트폰 화면을 찾고 또 찾는다.

스몬비들이 길거리에 넘쳐난다.

 

스마트폰은 문명의 이기利器인가? 둔기鈍器인가?

그런 건 사용자의 취사선택 문제이지 스마트폰 그 자체로의 문제로 보기 힘들 수 있다. 허나 텔레비전까진 모르겠지만 스마트폰은 좀 얘기가 다르다. 텔레비전이 소총이라면 스마트폰은 핵폭탄이다. 스마트폰의 유혹에서 자유롭게 살기란 팔꿈치에 혓바닥을 대는 것만큼 힘이 든다. 어른들도 이렇게 취약한데 하물며 아이들이야 오죽할까. 어린이들의 스마트폰 중독은 매우 심각한 실정이다. 친구와의 놀이나, 책이 차지해야 할 시간을 이제 스마트폰이 차지해 버렸다.

그런데 정작 스티브 잡스는 그의 자녀에게는 12살까지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했고, 책과 사색을 강조했다는 사실을 듣고 나면 왠지 속은 느낌을 감출 수 없다. 왠지 실험실의 모르모트marmotte 마냥 이용당한 느낌이랄까.

"잡스는 매일 저녁 부엌에 있는 긴 식탁에 아이들과 둘러앉아

저녁 식사를 하면서 책과 역사를 토론하는 등 다양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 자리에서 아무도 아이패드나 컴퓨터를 꺼내지 않았고, 잡스의 아이들은 디지털 기기에 중독되지 않았습니다."

<스티브 잡스 中>

아마 만든 자신이 디지털 제품에 대한 중독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더 잘 알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차 한잔의 여유도 없이 그새 스마트폰으로 손이가는 나..

가뜩이나 코로나19로 물리적, 감정적 거리가 멀어진 요즘 마주 앉아 차 마시는 짧은 휴식만큼 소중한 순간이 있을까. 이런 소중한 찰나마저도 스마트폰에게 내어주기에는 너무 억울하다.

무한한 신뢰를 아낌없이 쏟아부었던 스마트폰에 대한 배신감이야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지금이라도 작은 상자의 세상에서 벗어나 진짜 세상을 느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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