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 25. 07:44ㆍ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2022.12.22 개봉 별점은 6점/10점
과거 첩보영화의 대명사인 '007 시리즈가 있었다면 최근에 그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는 것이 킹스맨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때 했었다. 비밀 에이전시로서 특수장비와 기막힌 작전을 통해 악명 높은 빌런을 물리치는 킹스맨은 007의 명성을 이어받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킹스맨을 보고 든 생각은 과연 이 영화가 그전에 우리가 봤던 '시크릿 에이전트'와 '골든 서클'을 이어받은 킹스맨의 세 번째 시리즈가 맞는가 하는 점이다. 적어도 다들 우리가 킹스맨을 보기 전에 기대했던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킹스맨 첫 번째 영화 시크릿 에이전트에서 느꼈던 그런 신선함 액션 말이다. 킹스맨의 첫 번째 에이전트인 '콜린 퍼스'는 그야말로 젠틀한 영국 신사의 대표 모델을 보여주었다면, 반면 '태런 애저튼'은 영국의 악동 이미지를 잘 살리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영웅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신선한 액션 장면도 멋졌지만 매너가 남자를 만든다는 멋진 대사도 한몫했었다.
Manners maketh man (매너가 남자를 만든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인물 간의 균형이다. 과거 시리즈의 경우 두 인물에 대한 비중이나 구도도 굉장히 균형 잡혀 있어고 당시 빌런으로 출연한 사무엘 잭슨도 여타 기존의 빌런의 모습과는 다른 형태여서 뭔가 스파이 액션 영화에 새로운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 이후 2017년 개봉한 '킹스맨 골든 서클'에서도 미국의 '스테이츠맨'이라는 또 다른 조직을 끌어들이면서 1편 못지않은 신선한 재미를 보여 주었다. 골든 서클에서 빌런으로 출연한 '줄리안 무어' 역할 역시 다소 현실감이 있으면서도 그로 인해 더 냉혹한 악당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 퍼스트 에이전트는 솔직히 그런 기대에서 보려는 사람이 있다면 말리고 싶은 마음뿐이다.
뭔가 강한 맛의 짬뽕을 시켰는데 울면이 나왔다고나 할까?
영화의 3분의 2까지는 이 영화가 킹스맨이라는 걸 가끔 잊게 만들 정도로 과연 이 영화가 스파이 액션인지 부모 간의 갈등을 다룬 가족영화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영화 내내 주인공인 옥스퍼드 공작(랄프 파인즈 분)과 그의 아들 콘래드(해리스 디킨슨 분)의 훈육 과정이 주된 스토리다. 어린 시절 남아프리카 포로수용소에서 불의의 사고로 옥스퍼드 공작은 자신의 아내를 잃게 되고 아내의 마지막 유언인 아들을 지켜달라는 말에 아들의 위험한 일은 앞장서서 말린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결국 옥스퍼드 공작은 자신의 아들이 전쟁에 참전하는 것을 막을 수 없게 된다. 물론 그게 가장 큰 후회가 될 일이 되긴 했지만 말이다.
사실 이 영화의 줄거리가 이즈음까지 될 내까지 이 영화 킹스맨에 전편을 만들었던 '매튜 본' 감독이 연출한 게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결국 아들을 잃고 나서야 각성한 옥스퍼드 공작의 복수를 위한 나머지 3분의 1이 영화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액션에 있어선 말이다.
기존의 킹스맨 시리즈와 다르게 이 영화의 특징이라면 콜린 퍼스와 대런 해 저는 과 같은 두 명의 주인공 구조의 밸런스가 깨졌다는 점이다.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군가 인정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랄프 파인즈를 위한 영화이다. 영화의 초반부에는 솔직히 새로운 인물인 해리스 디킨슨의 역할에 중점이 두어져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가 전쟁터에서 그렇게 허무하게 죽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이 영화에서 가장 크게 놀란 부분이다. 결국 처음과 끝 영화의 핵심 인물은 랄프 파인즈에서 시작해서 랄프 파인즈로 끝난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빌런의 얼굴 역시 영화 내내 비밀로 감추고 보여주지 않았지만 막상 빌런의 얼굴이 드러나도 그다지 놀랍지도 않았다. 결국 랄프 파인즈를 위한 영화였다면 굳이 킹스맨의 프리퀄로 시작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갤러 헤드가 아닌 다른 암호명의 에이전트로 등장하는 영화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어쩌면 제작사에서 매튜 본을 연이어 믿은 잘못이 발등을 찍은 것이 아닐까 한다.
끝으로 이 한 줄로 이 영화에 대한 평을 마무리한다.
"랄프의, 랄프를 위한, 랄프에 의한 킹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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