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심판, 또 하나의 웰메이드 법정드라마의 탄생

2022. 2. 27. 17:26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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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만 14세 이하의 촉법소년 사건들을 다룬 범죄 드라마인 '소년심판'은 사실 이전 경찰 범죄 드라마인 '라이브'에서도 소소하게나마 다루었던 주제인 소년범죄에 대해 주요 플롯이 맞춰져 있는 신선한 설정의 시리즈이다.

작가가 연출의 의도가 무엇이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기에 충분한 주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대리만족 (滿)

이 드라마를 정의하자면 이 네자로 축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에게 있어서 무언가 배출할 수 없는 욕구나 불만을 타인을 통해 해소하는 것을 의미하는 대리만족. 그동안 촉법소년이라는 누가 만든 지 모를 안전지대에 숨어서 성인보다 더 지독한 범죄를 순수한 얼굴로 즐기던 소년범들에 대한 심판과 처벌을 통해서 대리만족을 주고 있다.  

"대한민국 판사 정원 3300여명 중 전국 소년부 판사의 숫자는 약 20여 명, 이 20여 명의 판사들은 매년 3만 명 이상의 소년범들을 만납니다. 소년보호 재판은 보조인은 출석해도 검사는 출석하지 않고 소년부 판사가 직접 심문하면서 보호처분을 결정합니다. 그리고 그제야 소년부 판사의 업무는 시작이죠. 처분된 환경 속에서 소년범이 잘 적응은 하는지 도망치거나 이후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는지 담당 판사의 꾸준한 관리감독이 이루어지기 때문이죠." 

"그 점은 좀 특이하네요. 재판도 끝났는데 왜 굳이 판사가?"

"애초 소년법의 목적이 반사회성 소년의 환경조정과 품행 교정, 건전한 성장이거든요. 그러니 꾸준한 관리감독 역시 판사의 몫이죠."

"결국 소년법정의 목적은 처벌이 아니다?" 

소년심판 1화의 첫 부분에 나오는 이 대사는 이 드라마의 전체적인 배경을 잘 설명해 준다. 기본적으로 소년범들의 '갱생'을 위한 사회의 배려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이 배경은 역설적이게도 주인공인 심은석 판사(김혜수 분)가 소년범들을 혐오하게 된 빌미가 된다. 이 드라마는 실제 발생했던 소년범 관련 강력범죄를 다루고 있고 또한 드라마 내부나 실제 현실에서도 갱생되지 않는 소년 범죄자들을 묘사하고 있다. 매 회 드러나는 강력범죄 에피소드뿐만 아니라 주요 플롯상에는 분명 왜 심은석 판사는 소년범을 혐오하게 되었는지 그 비밀이 큰 축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년심판'은 주제 뿐만아니라 김혜수와 김무열, 이성민과 이정은 등 연기력에 있어서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참여로 많은 관심을 받은 작품이다. 

소년범을 혐오하는 심은석판사와 달리 소년범들에게 인권과 인격적인 존재로서 대우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소임을 다하는 연화 지방법원 좌배석 차태주 판사(김무열 분), 그리고 정계 진출을 꿈꾸는 부장판사 강원 중역의 이성민, 이후 강원중 부장의 후임으로 등장하는 나근희 부장판사 역의 이정은이 있다. 

또한 소년심판을 들여다 볼 때 눈여겨봐야 하는 부분이 바로 조연들의 연기력이다. 실상 이런 유의 드라마에서 주연들의 친숙한 마스크는 오히려 독이 되는데 신인들과 조연들의 연기력은 해독제가 되기도 하고 더 강한 독약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아역과 조연들 모두 그런 우려를 씻게 할 만큼 훌륭하다. 결국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다는 점은 출연진의 연기력이 그만큼 자연스럽다는 반증 이리라. 

 

죄의 무게는 살아온 시간에 따라 결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 범죄를 행하는 사람이 있다면 범죄의 길 건너편에는 반드시 희생자와 피해자가 존재한다. 이 드라마를 높게 평가하는 것은 바로 이런 현실적인 구도에서 어줍잖은 신파나 러브라인을 개입시키지 않으면서도 매우 놀라운 몰입도를 보여준다는 점에 있다. 

 

숨막히는 몰입도와 군더더기 없는 연출, 확고한 주제의식까지 한마디로 국내 범죄 드라마 시리즈의 새로운 명작이 나타났다. 사실상 이 부류의 드라마 중 내가 최고로 인정했던 '비밀의 숲 1편'을 단숨해 제압해 버렸다. 이런 류에 끌리는 시청자라면 반드시 정주행 해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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