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23. 09:58ㆍ삶의 지혜
내 존재 가치의 증명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한 뒤 직원의 75%를 자르겠다고 발표했다. 트위터를 팔아넘긴 오너 입장에서는 어찌 됐건 속 시원한 일이겠으나 트위터 직원들 입장에서는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어떤 식으로 정리가 진행될지는 모르지만 결국 길바닥에 나 앉는 건 변함이 없다.
나 역시 같은 월급쟁이 입장으로서 매달 들어오는 마약 같은 수입이 없다면 어찌 될지 상상을 좀 해봤다. 우선 매달 지불해야 되는 정기적인 비용들의 대응이 문제가 될 것이다. 카드값이며 공과금, 그밖에 정기적으로 지불해야 되는 고지서들이 날 잡아먹을 듯 달려들 것이다.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내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불과 채 석 달도 안 될 게 분명하다. 내가 그동안 벌어왔던 자산의 체력이 이거밖에 안 된다는 사실에 놀랐다. 작년 이맘때만 하더라도 벼락 거지가 된듯한 기분에 여간 찜찜한 게 아니었는데 일 년이 지난 지금도 달리 변한 게 없는 것 같다. 그나마 조금의 위안이라면 미친 듯이 치솟고 있는 은행 금리의 손바닥 안에서 벗어났다는 것일 게다.
우리에게서 수입이 사라지면, 더 정확히 표현하면 40대 남자에게서 수입이라는 것이 사라져 버리면 경제적인 고통은 물론이거니와 존재의 가치마저도 위협을 받게 된다.
그동안 수입을 책임지던 가장이라는 타이틀과 존재감은 수입이 사라짐과 동시에 모래성처럼 무너져 버린다. 지나친 비약 같지만 내 주위에 그러한 반면교사를 가르쳐주신 분들이 더러 있다. 인정하기 싫지만 결국은 남자의 존재가치라는 건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건 사실이다.
혹자들은 얘기할지 모른다. 아직도 그런 쌍팔년도 싸구려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 있느냐고 말이다. 완전 쓰레기네... 그렇다면 아마도 난 쓰레기 일지도 모르겠다. 남자에게 있어서 수입은 내 존재의 랭킹을 먹여줄 수 있는 성적표와 같다.
나의 수입이 사라지는 순간 나는 늪 속으로 빠져드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그렇기에 죽는 그 순간까지도 우리는 일을 손에서 놓을 수 없다. 명예퇴직한 직장인이 한동안 탑골공원에서 양복 차림으로 배회하는 걸 멈출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몸값이 저질이라면 지금이라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아니라면 비루한 내 통장을 늙어서 쓸 수 있을 정도만이라도 살를 불려보자. 우리에게 있어서 재테크는 남들이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그만두는 그런 성격의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결국 그것은 우리의 존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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