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후를 얻는 유일한 길

2022. 11. 12. 11:19삶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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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폴로 백안의 가르침

요즘 넷플릭스 마르코 폴로에 푹 빠져 있다. 원래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시리즈물을 좋아하기도  하고, 동서양이 혼합된 당시 몽골의 시대상은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어서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우리에게 동방견문록으로 유명한 마르코 폴로에 대한 내용이라서 사실 조금 따분한 역사물인 줄 알았는데 기우였다. 이 드라마에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특히나 마르코 폴로의 스승 역할인 "백안"이라는 캐릭터가 가장 매력적이다. 극 중 그는 눈을 볼 수 없는 핸디캡을 지녔지만 무술 실력이 뛰어나고 생각이나 사상 역시 철학자의 그것과 닮아 있는 인물이다. 극 중 중간중간 읇어데는 철학적인 대사들이 그를 더욱 빛나게 한다.
그중 마르코폴로와 자신의 훈련장에서 나누는 대화가 기억에 남는다.

너는 네고 향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쿵후에 대해서 뭐라고 설명할 것이냐?
몸을 쓰는 싸움?
소림승과 같이 학과 범의 영혼을 부르는 의식?

쿵후는 단련으로 얻는 궁극의 기술이다.
위대한 시인, 화가, 서예가도 요리사도
계단을 청소하는 자도 훌륭한 하인도 쿵후를 가질 수 있다.

연습과 준비, 끝없는 반복
정신이 혼미하고, 뼈가 욱신 되고, 땀 흘릴 기력조차 없으며, 숨 실 힘조차 남지 않는 것, 그것만이 유일하게 쿵후를 얻는 길이다.

백안 역의 탐 우. 이 형 철학적인 대사가 꽤 시크하다.


그의 말대로 우리 모두는 쿵후를 단련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찌 보면 그가 말한 쿵후의 의미는 우리의 개념으로 봤을 때 '도(道)'라는 사상과 이어져 있다고 하겠다.
무언가 일을 준비하고,  반복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스킬을 만들어내고. 또 그런 고단한 과정을 견뎌냈을 때 비로소 완성의 경지에 오르는 것처럼 말이다.
도를 닦는다는 것은 깊은 산속 폭포수 밑에서 득도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듯 자신의 일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도를 수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수 십 년간 식당 배달을 해온 아주머니는 음식 쟁반을 3층으로 쌓고도 균형을 잘 잃지 않는다. 또한 오랜 기간 동안 고층 빌딩을 닦던 사람은 바람이 부는 날에도 수십층 위에서 바람을 극복해 낸다. 여러 개의 음식 배달통을 국물 하나 풀리지 않고 옮기는 배달부가 있는가 하면 자동차 엔진 소리만 듣고도 어느 곳에 이상이 있는지를 짚어낼 수 있는 정비사도 그러하다.

가히 신의 경지라 하겠습니다.


무언가를 오랜 기간 꾸준히 함으로써 얻어지는 자신만의 쿵후, 도력은 우리와 같은 필부 발부의 유일한 필살기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도력에 대해서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모두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서 있는 것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과연 내가 닦아가고 있는 쿵후는 언제쯤 완성이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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