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산 형이 해주는 조언

2023. 3. 18. 10:56삶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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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일종의 사이클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회사 매출에도 높낮이가 있고, 개인성과에도 흐름이 존재한다. 업무측면에서도 항상 바쁜 시기만 있는 것도, 항상 여유 있는 것만도 아니다. 빠를 때가 있으면 느릴 때도 있고, 많은 양이 있으면 일부 양이 줄기도 한다. 그런 흐름의 변동을 모르는 초년기에는 매 순간순간 변화에 일희일비하는 때가 있었다. 

기아자동차 직원이 올린글 (블라이드 캡쳐)

근래 블라인드 관련해서 현대자동차 연구원으로 일하다 퇴직하면서 남긴 글을 보았다. 그는 현대가 앞으로 성공하지 못하는 여러가지 이유에 대해서 내부자로서의 사견을 남겼다. 나름 조목조목 정리해서 현대자동차 안 되는 이유를 열거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이 회사를 떠나는 것이 이런 이유 때문임을 이해해 달라는 듯이 말이다. 

이런 유의 블라인드 글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글들의 대부분 작성자는 과장급, 선임급 이하의 사람들이다. 이제 회사에서 채 10년을 채우지 않은, 본인의 업무에 이제 자신감이 붙어갈 무렵의 직원들이다. 

 

 뒤돌아보면 나 역시도 그 무렵 가장 자신감에 넘치고, 나 잘난 맛에 회사를 휘졌고 다녔었다. 회사의 업무프로세스에 대해서 알고 내가 맡은 일에서 핵심적인 일을 추진하는 사람이라는 자부심, 자신감이 충만했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 하다. 과도한 자신감은 되려 팀원들과의 불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당시 격주로 주말근무를 하는 때였는데, 근무가 없는 날에도 과. 차장급 이상의 직원들은 회사에 나오곤 했었다. 쉬는 날도 별로 없는데 주말까지 나와서 일해야 하는 불만이 많았다. 그렇지만 그보다 더 이해 안 되는 것은 비번이 날에도 출근해서 한다는 게 커피 마시면서 신문이나 보거나, 인터넷 게임이나 하다 점심식사 후 들어가는 인간들이었다. 그냥 보기에 시간이나 죽이는 것뿐인데 자신은 회사를 위해서 자신의 시간마저 갈아 넣고 있다는 코스프레는 더욱 짜증이 났다. 아니 짜증이라는 감정을 넘어 한편으로는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의 그분들도 회사 눈치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당시의 나의 눈에는 어이없는 일로만 느껴졌었다. 그런 저런 일들이 이후로도 많아지면서 나 같은 인재가 왜 이런 곳에서 저런류의 사람들과 근무를 해야 하는지 불만이 생기게 되었다. 그러면서 차츰차츰 더 회사의 부정적인 부분만 확대되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 중이 싫으면 절을 떠나야지! '

 

이런저런 불만은 결국 이직을 이끌어 낸다. 굳이 내가 이곳에서 내 능력을 썩히기 싫고, 기왕이면 더 좋은 조건에서 일하겠다는 마음 충분이 이해가 간다. 그 시절의 나 역시 그런마음이었다. 

 

하나 알아두어야 할 건, 그런 사람이 이전에도 있었고, 이후에도 생긴다는 점이다. 즉 현재의 자신의 상황과 주변의 상황을 비교해서 불만을 갖게 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이 함께 일하면서도 회사라는 곳이 있었고 앞으로도 운영이 될 것이다. 물론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지는 사람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회사의 미래는 불투명할 것이다. 블라인드 글을 올린 사람의 예언처럼 어느 날 갑자기 고꾸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어느 한 사람이 가지는 불만만으로 회사라는 조직이 썩어간다면 그 사람을 불만이 아닌 다른 어느 부분의 문제로 그 회사는 쓰러질 운명이 놓여 있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뭐 불만을 얘기도 못하냐 라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자신이 알고 있는 모순과 불만사항이 전부라고 오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점이다. 어느 회사이건 문제는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점들 때문에 모두 자리를 떠나지는 않는다. 자신이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이 있기에 그런 문제가 더욱 커 보이는 것뿐이다. 

과연 그런 문제들에 봉착했을때 자신이 해결하고자 어떤 노력을 얼마는 했는지 물어보고 싶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노력을 지속한 사람은 아직도 회사에 남아있을 것이다. 그들이 있기에 회사가 아직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저런 불평으로 적당히 분탕질하다 떠나는 사람들은 조직의 일부분 일 뿐이다. 그런 일에 정말 불만이라면 그런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개선해 보길 바란다. 그런 노력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라면 현재의 위치뿐 아니라 세상을 보는 안목도 성장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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