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2. 13. 12:15ㆍ삶의 지혜
어느 날 새벽, 걱정으로 잠을 설치다.
나는 평소 잠을 잘 자는 편이다. 옛날 아버지는 일을 마치고 들어오시면 머리를 베개에 데기만 하면 주무셨다. 나 역시도 아버지의 DNA가 남아서인지 항상 침대에 눕기만 하면 10분 내에 잠이 든다. 지금까지 잠에 대해서는 별로 걱정할 일이 없었다. 항상 수면을 잘 취했고 그 덕에 낮에도 웬만해선 낮잠을 잘 일도 없었다.
대부분의 일은 원활한 편이었고, 소소한 문제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타입이라서 잠자리에 문제를 끌고 오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 언제나 나는 잠을 잘 잤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 이상하게 잠을 설치는 날이 많아졌다. 설명하기 힘든 어떤 불안함이 영향을 미치는 듯했다. 회사에서도 개인적으로도 별 다른 문제가 있지는 않은데 말이다. 왠지 모를 불안한 감정들이 사라지지 않았다.
벌써 갱년기가 온 것일까?
알 수 없는 불안함이 내 몸 마디마디마다 숨어 있다가 잠자리에 들 때면 불쑥불쑥 기어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얼마 전 이상한 꿈을 꾸고 나서 화장실에 다녀온 뒤부터 왠지 모르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반이었다. 베개를 고치고 누워 고개를 뒤척이다 시계를 보아도 10여 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잠이 오지 않았다.
무슨 연유일까?
늘 있는 문제들이 오늘은 왠지 더 크게 느껴졌다. 회사에서는 여전히 다양한 문제들이 일어나고 있다. 물론 전체적인 경영 상황은 좋지 않은 편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많지 않았기에 내가 걱정을 하고, 안 하고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다. 따라서 변할 것은 없었다.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문제들도 자라나면서 흔히 겪는 소소한 것들이었기에 그다지 걱정할 부분은 아니었다. 자매들끼리 싸우기도 하고, 뭔가 새로운 옷이나 물건들을 사달라고 조르는 일은 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무엇 때문일까?
인생은 문제의 연속이다.
흔히들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한다. 특히나 큰 어려움을 겪었을 때는 당장 이 문제만 해결되면 모든 게 잘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한 문제에만 매달려 온 신경을 쓰게 된다. 이 문제만, 이 문제만 해결되면 더 이상 신경 쓸 일이 없을 거 같다는 그런 생각 말이다.
하지만 우리 인생은 문제의 연속이다. 문제가 있고, 그 문제가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가 찾아온다. 혹은 문제 위에 또 다른 문제가 눈처럼 켜켜이 쌓이기도 한다.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어떤 한 가지 문제에만 얽매여 온 신경을 쏟는다. 이 한 문제만 해결되면 모든 게 해결될 것 같은 그런 어리석은 마음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 문제 다음에는 다른 문제가 또 기다리게 마련이고, 또는 문제들 사이에 엄청난 위기가 오기도 한다.
그런 문제와 그런 위기가 닥칠 때쯤 우리는 항상 생각한다.
나는 어떤 존재인가?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나에게만 왜 이런 고난이 닥치는 것일까?
실수를 반복해도 배우는 게 없는 사람들이 있다. 실수에서 배우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실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다음번 같은 문제나 위기가 오더라도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위기나, 문제도 인정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나의 인생도 문제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문제가 없는 삶이란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 당연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문제 속에서 사는 게 바로 내 삶이라는 걸 인정하는 그 순간부터 마음이 조금 후련해졌다. 해결해야 하는 존재임은 맞지만, 그 부담감을 조금 벗어날 수 있었다는게 맞는 표현 같다. 그동안은 그 문제들이 테트리스게임 속 시시각각 떨어지는 벽돌과 같았다면, 이제는 한판을 넘기면 다른 게임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인생은 단판의 게임이 아니고, 문제는 벽돌처럼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형태를 잘 맞게 끼워 맞춰가다 보면 문제든 위기든 풀리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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