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 주차장 EV 화재사고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

2024. 8. 16. 19:19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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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잘못은 전기차에게 있다?


청라지구 지하주차장 화재사고로 EV 포비아가 급속하게 퍼지고 있습니다.
단지 중국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뿐만 아니라 전체 전기차에 대한 안전 리스크가 과다하게 커지는 것 같습니다.  지하 주차장 출입뿐만 아니라 주행에 대한 제한까지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이러다가 전기차는 곧 자취를 감춰버릴 것만 같은 분위기입니다. 전기차 판매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고 중고차 시장에서는 EV에 대한 수요가 거의 없다고 합니다. 또한 최근 론칭된 새로운 모델들은 제 값으로 판매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잘못이 정말 EV에만 있는 것일까요?



관련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저는 이 의견에 절대적으로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청라 벤츠 EQE EV 화재사고


피해를 키운 원인은 딴 곳에 있다


사고 난 청라지구 지하주차장으로 다시 한번 가보겠습니다. 실제로 중국산 파라시스 배터리를 사용한 벤츠 EQE의 발화원인은 아직 밝혀지진 않았지만 발화 시점인 것은 맞습니다. 따라서 화재의 원인 중 하나는 EV의 발화임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 당시에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피해가 이 정도로 커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실제 지하 주차장에서 다른 이유로도 화재가 발생할 수 있고, 소방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었다면 이 정도로 피해 규모가 커지진 않았을 것이고, 대중의 관심을 끌지도 않았겠지요.  모든 잘못이 벤츠 EV로만 쏠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럴 거면 전기차는 왜 인증한 건가?


두 번째로는 정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와서 충전량이 80% 넘는 전기차는 지하 주차장 출입을 제한한다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가이드를 배포하는 정부의 무능에 있습니다. 애초에 전기차를 인증하고 소비자 판매까지 이르기까지 한 것은 전 정부입니다. EV에 대한 어느 정도의 위험성을 감수하고 판매를 시작하게 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국민들이 무슨 베타테스터도 아니고 일단 적용하고 문제가 있으면 제한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전기차가 판매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안전 기준에 부합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와서 전기차가 지하 주차장에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위험성을 가진 존재라면 근본적으로 인증단계에서부터 문제를  다시 살펴볼 일입니다 소비자들이 두려워하고 믿을 수 없는 차량이 시중에 돌아다니고 있는데 비단 지하 주차장만 제안을 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첫 단추가 제대로 끼워지지 않으면 마지막 단추 역시 제대로 된 자리를 잡을 수 없는 법입니다.

전기차만 화재에 취약하다고?


또한 내연기관 차량과의 화재비율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2017년부터 2022년 11월까지  등록된 내연기관차(휘발유, 경유, LPG)는 총 186만 8746대로 이중 2만 7883대에서 화재가 발생해 발생비율은 1.492%에 달했다.  같은 기간 전기차(승용차, 버스, 화물차 기준)는 35만 8338대가 등록됐고 이중 90대에서 불이나 화재 발생비율은 0.025%였다.  


실제 내연기관차량의 화재율은 EV의 60배에 달합니다. 몇 년 전 BMW의 화재사건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과도한 우려를
낳게 한 건 누구인가?


실제 이러한 과도한 우려를 생산한 데는 언론이 한몫했기 때문입니다. 화재는 내연기관이든 EV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화재발생비율로만 따지면  내연기관이 EV보다 60배나 높은 수준입니다. 그런데도 대중의 눈과 귀는 지나치게 EV의 화재위험성에만 포커싱 되어 있습니다.
실제보다 큰 우려를 만들어내는 언론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때 BMW 520d는 움직이는 폭탄이었다.


전기차로의 전환은 시대적인 흐름입니다. 물론 전반적인 차량의 방향이 EV로 대거 이동하기까지는 아직도 10여 년의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그 사이 더 성능 좋은 배터리와 안정적인 시스템 등이 개발되고,  발전될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EV의 캐즘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피할 수 없는 하나의 단계에 지나지 않습니다. 전기차에 대한 사실을 정확하게 들여다보고 과도한 언론 플레이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소비자가 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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