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생산을 얕보는 포드의 큰 실수

2024. 8. 28. 09:00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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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생산 그거 아무나 하는 게 아닙니다. 

포드는 미국 내 전기차 생산비중을 30% 수준으로 낮추고,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차량의 비중을 올리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한국 SK-On 및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사는 유효하지만, 투자속도를 늦추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는 다분히 미국 내 포드의 EV 판매실적이 형편없는 탓이기도 합니다. 내연기관 픽업트럭의 베스트셀링카인 ' F150' 모델을 기반으로 한 EV 픽업을 가지고도 영 시원찮은 실적을 거두었기 때문입니다. 이 결과 내연기관차량 판매 수익을 고스란히 EV 판매 손실을 틀어막는 데 사용해야 했습니다. 이런 상황의 포드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결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전략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는 주주들의 마음은 불편하기 그지없습니다. 

포드는 CATL 라이센스를 기반으로 26년부터 LFP배터리를 미국공장에서 생산하겠다고 한다.

 
포드가 그리고 있는 또 하나의 수익 개선책은 바로 리튬인산철 (LFP) 배터리입니다. 이미 알려진 것과 같이 포드는 중국 최대 배터리회사인 'CATL'로부터 라이선스를 얻어 미국 내 공장에서 26년부터 LFP 배터리를 생산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포드가 그리는 그 그림이 과연 제대로 마무리가 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포드의 배터리 생산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포드가 배터리 생산이라는 비즈니스에 대해서 너무 안일하게 접근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는 물론 미국 내에서 저렴한 배터리를 생산하여 보조금 수혜를 업고 좀 더 많은 수익성을 노리고 있는 GM과 스탤란티스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지 라인을 깔고 배터리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재료를 투입하면 생산되는 게 배터리로 착각하고 있는 듯합니다. 

 

배터리 생산이 힘든 이유 

얼마 전 '디일렉'에서는 전 LG에너지설루션 임원출신분이 출연하셔서 배터리 사업이 쉽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적나라하게 소개한 부분이 있습니다. 실제 배터리 양산을 양산설비를 가동한다고 해서 제대로 된 양산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물론 샘플이나 시생산등의 수준은 시간과 노력을 거쳐서 가능하지만 양산단계는 오직 그런 리소스의 투자만으로 가능한 수준이 아니라고 합니다. 
 
배터리 생산에는 많은 변수가 등장합니다. 재료의 문제일 수도 있고, 설치된 장비의 세팅 문제일 수도 있고, 설정된 스펙값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생산을 진행하다 보면 그동안 보지 못한 수백 수천 가지 양상의 문제와 맞닥뜨리게 됩니다. 하지만 경험이 없는 엔지니어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결국 양산을 위해서는 능력 있고 경험 많은 엔지니어와 제조인원들의 협력이 바탕이 되어야 하지만 현재 포드는 그럴만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종차별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시아인들의 제조능력과 서구인들의 그것과는 차이가 많습니다. 어떤 문화적 요소의 차이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제조기술면에서 아시아의 한국 일본 중국 대만의 수준을 측정하기 힘든 무언가가 있습니다. 
 
폴란드, 헝가리 등 유럽인들에게 라인설비에 대해 설명해 주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전수하여도 아시아인들이 따라오는 속도의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더욱 심합니다. 물론 현장에 제조인력으로 일하려는 고급인력이 부족한 것도 한 원인이지만 아시안과 같은 손기술이 천성적으로 부족하고 개선에 대한 개념이나 의지가 부족한 탓입니다. 
 
 
포드가 중국 CATL의 매뉴얼은 확보할 수 있지만, 그들의 제조기술까지 가져오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분명 공장을 세우고 설비라인을 구축하는 데는 문제가 없겠지만, 그 장비를 가동하여 정상적인 양산을 하기까지는 적어도 3년여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26년 양산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입니다. 
수율(yield) 확보를 위해서는 CATL의 양질의 엔지니어와 제조기술자들을 대거 투입해야 1년 내 생산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런 조건을 CATL에서 받아들일 일도 없고 미국정부에서 허가할 일도 없을 듯합니다.
 

노스볼트의 스웨덴 배터리 공장 전경

 
배터리 양산이 힘들다는 것을 이미 유럽의 배터리 제조사인 '노스볼트'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노스볼트는 얼마 전 BMW의 물량을 대응하지 못해서 삼성 SDI에 뺏기는 수모를 겪어야 했습니다. 심지어 노스볼트는 설립초기 중국과 한국의 배터리사에서 많은 인력들을 흡수했음에도 양산 수율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체 Capa의 10% 양산가동률을 기록 중이며, BMW에 이어 폭스바겐을 물동도 잃어버릴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이러 사례들을 보더라도 포드 및 여타 자동차 제조사들의 배터리 양산시기는 예상하는 것보다 많이 지연될 것이 분명합니다. 이를 통해서 배터리 양산을 위해 그동안 노력한 국내의 3사의 위상이 더 높아지는 기회로 작용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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