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20. 12:48ㆍ테크
독일 자동차 산업 암울한 현황
독일 자동차가 가장 많이 팔리는 시장은 단연 중국입니다. 지난 2023년 기준 폭스바겐의 경우 40%, 벤츠는 36.8%, BMW 38%가 중국에서 팔렸습니다. 거의 전 세계 판매량의 1/3, 많게는 절반 가까이를 중국시장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영향력이 큰 시장에서 판매량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장 중요한 시장에서 밀려나기 시작한 독일차는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독일차 하면 벤츠와 BMW, 아우디, 폭스바겐으로 이어지는 유명 브랜드를 쉽게 떠올리게 됩니다. 튼튼한 내구성과 주행성능 무엇보다 럭셔리카의 대명사로 성공의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에 그동안 독일차는 순탄하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누구나 돈을 많이 벌면 사고 싶은 순위에 오르는 게 당연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상황이 급격히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는 전기차의 비중이 매우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중국정부의 전략적인 지원도 있었지만 내부 경쟁에서 살아남은 BYD, 리오토, 샤오펭 등 전기차회사들이 꽤 괜찮은 차량을 만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독일자동차 회사들의 전기차 전환은 매우 미온적이었습니다. 그러다 전기차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시대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중국차를 키운 건 8할이 독일차
과거 현대가 미쓰비시의 기술제휴를 통해서 자동차의 성능개량에 성공할 수 있었듯이 중국의 전기차가 이 정도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독일을 자동차 회사들이 있었습니다.
중국은 자국시장에 진출하는 자동차회사들에게 무조건 기술제휴를 통한 방식을 요구했고, 거기에 부응하여 폭스바겐, 벤츠 등이 화답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서 중국 제조사들은 차량을 개발하는 방식과 제조하는 기술력을 차근차근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눈앞에 이익만을 바라보고 너무 안일하게 접근한 부분이 많습니다.
당시 독일차들이 생각했던 전략은 결국 차량의 핵심만 넘겨주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조립을 중국에서 하더라도 엔진과 가공기술은 독일이 세계 제일이니, 결코 시장에서 밀릴 염려가 없다고 오판한 것이죠.
차량의 패러다임 변화
그런데 뜻하지 않게 자동차의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독일차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던 엔진이나 미션, 정밀한 부품의 가공기술들은 이제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돼버린 것입니다.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제는 모터와 배터리 그리고 프로그래밍 실력이 곧 힘이 돼버렸습니다. 중국은 이 모든 조건을 갖추고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 중국은 세계 최대의 배터리 회사를 2곳이나 가지고 있고, 전자제품의 생산기술은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인력들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와 같이 온라인상에 프로그램과 AI 기술을 접목한 회사들이 버티고 있어서 다른 어느 나라의 전기차보다 빠른 성장새를 보이고 있습니다.
독일은 그동안 뭘 했나?
그동안 독일은 뭘 하고 있었을까요? 독일 역시도 전기차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폭스바겐의 경우 그룹 내에 폭스바겐, 포르셰, 아우디 등에서 차출한 6000명이나 되는 프로그래머들을 한데 모아서 '카리아드(CARIAD)'라는 자회사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는 2024년까지 완전자율주행 레벨 4 수준의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전기차 '트리니티'를 2026년에 내놓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뚜껑을 열었을 때 제대로 된 결과물은 볼 수 없었습니다. 결국 지난 5월 3명의 운영진을 해고하고 예산을 미국의 '리비안'에 투자하는 것으로 결론 났습니다. 자동차 엔진과 정밀기계의 제작기술을 탁월하지만 소프트웨어 경쟁력은 부족했던 독일이 선택한 방법은 결국 리비안이라는 전기차업체와의 협력이었던 것이죠.
더 큰 문제는 전기차의 가격경쟁력
자동차 제조기술과 외부에서 소싱되는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독일도 어찌어찌해서 전기차를 만들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가격경쟁력에 있습니다. 이미 중국에서는 저렴한 전기차를 만들 수 있는 체력을 확보해 놓은 상태이지만 독일차들로서는 이런 저가전기차시장에서 경쟁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독일차들은 고급스러운 외관과 주행성능, 승차감등의 무기를 토대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전략을 썼지만 중국이 추진하는 가격경쟁력 있는 전기차는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지 못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조립라인을 슬림화하고 테슬라의 기가캐스팅과 같은 공정혁신을 필요로 하는데, 독일차들은 숙련된 기술자들을 대거 투입하여 느리지만 품질적으로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는데 포커싱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환경의 변화가 매우 낯설고 당황스럽게 된 것이죠.
통상 자동차 1대의 개발기간이 4~5년인 점을 감안할 때 중국의 경우 2년이면 새로운 모델이 개발된다고 하니 개발의 속도면에서도 따라잡을 수가 없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독일차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스마트폰을 대응하지 못했던 노키아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듯이, 독일차 역시도 현재의 위기상황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해결방안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묘수가 있을지 쉽지 않을 상황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중국이란 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술적 체력을 갖춰야 하지만 속도와 양 모두 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어려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현대차 그룹도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공새를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지엠(GM)과의 전략적인 협력을 결정한 것처럼 독일 역시도 신속한 대응이 없다면 결국 노키아 꼴을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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