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 11. 08:42ㆍ삶의 지혜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장 서러운 것은 주름이 늘고 머리카락 위에 서리가 내린 것 같은 외형적인 변화가 아닙니다. 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기억력이 감퇴된다는 것입니다.
외모의 변화는 끊임없이 발달하는 의학과 제약기술로도 어느 정도 지연이 가능하지만 기억감퇴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은 기대보다 못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억이 서서히 감퇴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갑작스런 변화는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듭니다. 내가 원치 않는 기억 감퇴는 본인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에게도 부담이 됩니다. 특히 그 원인이 치매와 같은 질병이라면 말이죠.
코로나 19로 근처 친구분들과의 왕래도 끊어지고 대화 상대가 없어지다 보니 어머니의 기억 상태가 온전치 않게 되었습니다. 아버님을 여의고 우울증 증세까지 보이시던 어머니는 당신께서 좋아하시던 회관에서 친구분들과 윷놀이도 하지 못하시고 대화에 상대도 찾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 말 수는 더 없어지셨고 하루에 루틴은 언제나 동일하다 보니 시간 개념은 잊어버린 지 오래였습니다. 근처 보건소에서 예약을 잡고 진찰을 받았는데 연로하신 데다가 어지러움증까지 더해져서 제대로 검사를 받지 못하고 나와야 했습니다.
어머니는 애써 시간을 내 찾아와준 자식들에게 미안해하시며 연신 같은 말씀을 내뱉으시더군요.
내가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금방 망가져 버렸다니... 이렇게 허무하게
어머니 본인께서는 어쩌면 당신이 자식들에게 짐이 될 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미안함에 검사 내내 무거운 얼굴로 계셨습니다. 그런 모습이 내내 안쓰러워 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면 나이가 들어 가장 두려운 것은 아마도 내 몸의 불편함 보다 자식들이나 주위의 폐가 되는 존재가 될까 봐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건강 그것은 비단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가족 모두를 위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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