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 30. 14:53ㆍ삶의 지혜
나는 에세이를 좋아한다. 그 작가의 개인적인 생각을 읽을 수 있고 평소 알지 못했던 소소한 생활도 들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수필은 재미있고 술술 읽힌다.
얼마 전 지인이 선물한 김성근 감독의 에세이를 읽고 있다. 82세 현역 야구감독으로 활약 중인 그가 인생이란 것에 대해 기록한 소고이다. 일본에서 태어나 한국으로 영구귀화 후 야구만을 위해 살아온 그의 집념어린 삶과 고민을 잘 풀어내었다. 특히나 요즘 같이 어려운 시기에 이 책을 읽는 것은 많은 용기를 준다. 나 역시도 불안정한 환경 탓에 요즘 들어 잠을 잘 못 이뤘는데 머리맡에 이 책을 두고 한 페이지, 두 페이지 읽어갈 때마다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타향 한국에서 동포들의 차가운 시선은 더 큰 상처가 되었을 텐데 오히려 그런 차별이 경쟁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한다. 그 시절 말도 잘 못하던 재일교포 청년의 삶이 얼마나 힘에 겨웠을지 예상이 된다. 그때마다 자신이 믿었던 건 오로지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한다는 책임감이었다. 근 70년을 야구에 빠져 살면서 야구 속에서 배워 온 삶의 지혜와 그동안 겪었던 선수들의 습성에서 어떤 자세가 성공을 이끄는지 알아낸 비밀들을 들려준다. 힘들 때마다 펼쳐보면, 용기와 위안을 얻을 책이다.
한국어에 보면 '어차피' '혹시' 그리고 '반드시'라는 말이 있다. 나는 '어차피' 속에서 '혹시'를 만들어내는 게 최고의 인생이라고 본다. '어차피' 피는 안 된다는 뜻 그러니까 최악인 상황이고, '혹시'는 조그만 희망이다. '혹시'라는 가능성이 생겨나면 마음에 갈등이 생긴다. 그 조그만 희망의 기대를 걸어봐야 할지, 아니면 안 될게 뻔하니 깨끗이 포기해야 할지 그 사이에서 헤매는 것이다.
나는 '어차피' 속에서도 '혹시'라는 가능성을 무궁무진하게 상상하고 그것들을 '반드시'로 만들었다.
-82세 현역감독 김성근 님의 에세이 '인생은 순간이다' 중에서
나는 '어차피' 속에서도 '혹시'라는 가능성을 무궁무진하게 상상하고 그것들을 '반드시'로 만들었다.
그의 책 글귀에서 위에 문단을 가장 좋아한다.
수차례 써왔던 말이지만, 이 3개의 단어를 묶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나는 과연 3가지 단어 중 어떤 단어를 가장 많이 쓰고 있을까? '어차피' 인가 '혹시'인가 '반드시' 인가?
부끄럽게도 후배들에게는 '반드시'를 외치면서도, 스스로는 '어차피'라는 마음으로 살지 않았나 싶다.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나는 현실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편인데 그렇다고 해서 너무 부정적인 언어만 쓰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어려운 환경이라도 그 속에서 0.1% 가능성이라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아주 어려운 상황이라도 없는 것을 탓해서는 안된다. 집안에 돈이 없어서, 능력이 부족해서, 외모가 떨어져서 등등 없는 것을 핑계 대서는 안된다. 그럼 삼류에 불과하다. 없는 것에서 시작해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려고 하는 것이 베스트이다. 김성근감독의 말처럼 최악을 가정하고 최선을 준비하는 자세를 배워야겠다.
베스트가 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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