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 31. 12:00ㆍ삶의 지혜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 그런데 테슬라가 아니네?
연말에 중국 출장을 다녀왔다. 협력사 점검차 서너 개 회사들을 둘러보았다. 사실 중국 출장은 꽤 오랜만이라 그동안 어떻게 변해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코로나 이전만 하더라도 자주 들락거렸던 터라 변화에 대해 무뎌져 있었던 걸까 4년 만에 들렀던 중국은 너무 많은 것이 변해있어 여러모로 충격을 받았다. 4년 동안 중국의 변화는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 한편으로 놀라움이 다른 한편으로 두려움이 들었다.
그동안 내수시장만으로도 충분한 매출을 할 수 있었던 중국업체들이 이제는 눈을 밖으로 돌리고 있다. 코로나 이슈가 끝나고 내수 진작을 기대했지만 생각만큼 빨리 개선되지는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많은 투자를 통해 폭발적인 매출 확대를 기대했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자 업체들은 이제 해외수출에서 활로를 찾고 있는 것이다. 시장진입을 위해 등 떠밀려 나온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는 충분히 해외에서 경쟁해 볼 만하다는 자신감도 내 비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미 그들의 자신감은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전기차의 최강자인 테슬라를 무너뜨리고 작년 전기차매출 글로벌 Top을 찍은 업체는 놀랍게도 중국에 BYD이다. 인도대수뿐만 아니라 대당 이익률 면에서도 테슬라의 뒤지지 않는 수치를 기록했다.
이번 출장 중에 쇼핑몰에 전시된 BYD의 신형 차량을 직접 타 볼 기회가 있었다. 앰블럼만 제거하면 이 차량이 중국차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훌륭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차량의 단차와 기밀도가 독일차의 품질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다. 소프트웨어 역시 심플하면서도 직관적인 인터페이스가 눈에 띄었다.
전기차뿐만 아니다.
자동차뿐만이 아니라 우리 회사의 공급사 생산라인도 무인화와 자동화가 접목되어 공장을 투어 하는 내내 사람을 볼 수 없었다. 우리 회사의 공장과 비교되는 부분이었다. 노조로 인해 불필요한 인원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우리 라인과는 전혀 달랐다. 새로운 공정기술과 설비 투자 통해 생산 경쟁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중국 업체들과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우리는 무엇으로 앞서 갈 수 있을까?
우리는 무엇으로 앞서 갈 수 있을까? 이미 기술은 오픈될 대로 오픈되었고, 투자 역시 밀리고 있다. 그렇다고 작업하는 인원들의 마인드가 더 앞서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중국은 과거 한국의 개발도상국 시절을 보는 듯하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술과 생산을 위해 갈아 넣고 있다. 워크& 밸런스나 따지는 지금 우리나라 상황과는 전혀 다르다.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세계 시장에서 이들을 이길 수 있을까?
얼마 전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는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시장에 그대로 나오면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를 한 적 있다.
https://m.news.nate.com/view/20240125n32337
실제로 극강의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차들을 상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다지 품질이 밀리지 않으면서 가격적인 메리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확실한 고객 포지셔닝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현대. 기아차가 제네시스를 앞세워 고급화전략을 밀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아직도 중후반 퀄리티에 애매한 포지셔닝이 되어 있는 브랜드에 지나지 않는다.
배터리 역시도 우리는 LFP의 수준에 대해 평가절하고 있지만 실제로 완성차 업체들에게 들어보면 삼원계보다 LFP의 효용성의 더 무게를 둔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고효율이라는 것만을 부각하며 LFP 배터리를 등한시한다. 그리고는 이제 와서 뒤로는 같은 케미스트리의 배터리를 뒤늦게 개발하려고 안달이다.
기술의 발전은 시장의 파이와 비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이 요구하는 스펙 수준의 가격이 충족되어야 한다. 중국의 LFP배터리 케미스트리는 이 부분에 확실한 강점이 있다. 중국은 그동안 중국 정부에 보호 아래에서 내부적인 경쟁자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제 어느 정도 교통정리가 되었지만 여전히 경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실력이 늘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특정 업체의 편중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얘기다.
손 짓고 헤엄치는 마당에 제대로 된 수영 실력을 배양하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다.
아직까지 환상 속의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비단 우리 회사만 보더라도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조직책임자들이 결정을 내리는지 모르겠다. 이미 기술은 다 오픈되어 진입장벽도 없고, 경쟁사들은 막대한 투자를 통해 생산 단가를 낮추고 있는데, 도대체 우리는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매우 답답하다. 아직도 IRA만 바라보며 무턱대고 우리에게 혜택을 줄 것이라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
다른 전략은 없고 앉아서 감 떨어지는 것이나 받아먹고자 입을 벌리고 있는 것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지 않게 기도라도 드려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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