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잘하지 못했지만 성과급은 받고싶어.

2024. 2. 1. 12:10삶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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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심의 끝판왕?


이맘때가 되면 기대하는 바들이 늘어난다.
연말정산 환급금과 설 보너스,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성과급이다. 직장인들의 최대 관심사를 반영하듯 언론에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앞다퉈 어느 회사가 얼마의 성과급을 지급할 예정인지 속속들이 알려준다. 그렇다 보니 알고 싶지 않아도 인터넷만 열어보면 자연스레 알게 되는 세상이다.
물론 성과가 좋지 않은 회사나 아예 성과급을 기대할 수 없는 회사직원들은 상실감이 크다. 똑같이 일했지만 회사사정에 좌지우지되어 누구는 연봉의 절반 이상을 받고, 누구는 땡전 한 푼 못 받는 현실이 못마땅하다. '아~ 이래서 대기업을 다녀야 되나 보다' 하는 마음이 가장 굴뚝같은 때가 바로 요즘 아닌가 싶다.

너네 사업부 잘 나가서 부럽다.


출처.네이트 뉴스 (일러스트 김영석)


하지만 대기업이라고 모두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대기업 중에서도 사업부에 따라 성과급의 차이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아예 나오지 않는 회사의 경우는 기대조차 하지 않지만 같은 회사인데 사업부 실적으로 금액 차이가 크게 나는 경우 상실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심지어 같은 사무실 옆자리에 있지만 조직이 다르다는 이유로 수천 만 원 이상 차이나는 경우도 있다. 누구는 정말로 연봉의 절반 이상을 받는데 누구는 위로금으로 소액을 받는다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너네 사업부 잘 나가서 부럽다."라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사람이 과연 몇 이나 될지 모르겠다. 사람이라면 그 상황에서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누군가는 "야, 우리는 위로금도 못 받는 처지인데 배부른 소리 하지 말어."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 보면 모르겠지만 내 눈앞에서 누군가는 수천만 원을 받는데 내 수중에는 단돈 백여 만 원이 들어온다면 그 기분이란 건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우리도 받아보자 그 성과급이란 거

식당에 대자보가 붙어 있었다. 회사에서는 지난 한 해에 상당한 수익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분을 가감하여 성과급을 매우 작게 측정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들의 주장은 나름 논리가 있다 지난해에 매출과 영업이익을 반영하여 직원들에게 할애할 수 있는 금액을 측정한 것이다. 이쯤 되면 회사 차원에서도 그냥 넘어갈 수 없을 터이다. 사실상 성과급은 협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결정이 된 이상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노조의 강한 입김과 여론이 작용된다면 아마도 일부 콩고물이라도 더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작년 한 해에 힘들게 일을 한 것도 맞지만 올해 더 어려운 한 해가 될 것 같아서 성과급이 더 간절하다. 일개 회사원이 이때 아니면. 언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참 간사하다. 사람이라는 게 본인들의 욕구가 겹쳐지면 서로 잘 붙는다. 노조와 사무직 간에 항상 으르렁거렸지만 성과급이라는 공통된 목표가 생긴 이상 더 이상 적이 아니다. 최대로 일하지 않았지만 성과급은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을 서로 이해한다.

같이 좀 먹고 삽시다.


정말 미안하지만 이번에는 일한 것보다는 좀 더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다. 카드 명세표와 통장을 열어보다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해마다 조금씩 인상되는 월급은 세금과 카드값으로 만져보지도 못하고 사라진다. 그나마 연초에 이런 기회가 아니고서야 제대로 된 현금 냄새도 맡아보기 힘들다. 구정을 앞두고 있어서 더 그렇다. 사과 9개가 10만 원  가까이하더라. 금테를 둘렀나 보다 올 명절에 과일 한 상자 사기도 부담이 된다. 사장님 올 명절에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날 수 있도록 성과급 두둑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성과급을 여유 있게 줄 수 있는 시기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회사는 언제나 가난하고 위기이기 때문이다.


회사는 언제나 위기였다. 한순간도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다. 위기가 온 해는 당연히 위기를 대응해야 하고, 회사에 수익이 많이 나도 이듬해 위기를 대비해야 한다. 그렇기에 한시도 여유 있고 넉넉한 해가 없었다. 일 년 365일 매일, 매해가 위기다. 도대체 마음 편히 성과급을 바라는 해는 언제나 돌아올까?

성과급을 여유 있게 줄 수 있는 시기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회사는 언제나 가난하고 위기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금 당장 성과급을 요구해야 한다. 이게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는 걸 우리 모두는 안다. 그동안에 보류했던 나의 몫을 찾아가는 과정에 일부일 뿐이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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