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약 먹어서 해결될 일이 아니야.

2024. 2. 2. 15:31삶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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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의 저승사자


정말 한 해가 갈수록 경제사정이 더욱 안 좋아지는 걸 실감하게 된다. 축구팀 외에는 사실상 들어보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었던 우크라이나가 나의 생활에까지 영향을 끼치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 원자재값이 출렁이고, 팔레스타인 사태로 중동정세에 불안정이 거시적인 경제영양성만 미친것은 아니었다. 그 먼 곳의 관계없을 것만 같았던 일들이 이제는 나의 삶 속 가까이에도 침범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나마 큰 회사여서 비교적 영향이 덜 하긴 하지만 주위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상태가 매우 심각하다. 대기업 같은 경우는 어느 정도 체질적인 면역이 되어 있지만, 중견이하의 작은 회사들은 이미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는 곳이 많다고 한다. 단순히 일부 직원이 조정되는 수준만이 아니라 회사 전체가 사라져 당장 다음 달의 월급을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이미 IMF라는 어려운 시절을 겪었던 세대들에게는 이보다 더 큰 트라우마는 없을 것이다. 봄이 가까이 왔지만, 여전히 추운 시기임에 틀림없다.

약으로 되는게 있고, 안되는게 있어


회사가 많이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지금 우리 세대 또는 선배 세대들은 회사에 묶여 있는 시간이 많았다. 아니 스스로 회사와 동일시하며  자신들을 갈아 넣었다. 그래서 회사의 커뮤니티는 가족과 동일한 존재가 되었다. 과장이고, 차장이고, 부장이더라도 사석에선 형이고, 동생이었다. 그런데 같이 술 마시고 고민을 나누던 그런 동료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라고 생각해 보자. 지금의 20대 30대들은 동료 간의 연대감이 조금 덜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태껏 회사에 남아 있는 40,50대의 회사원들은 대부분 끈끈한 관계로 묶여 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알고 있는 누군가가 좋지 않은 대상으로 올라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면 그 상처는 상당하다.
혹시 그 사람이 아니었으면 내가 되었을지 모르는 상황, 그 자체가 너무나 공포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 공포를 떠나서 내가 선배와 친구들을 밀어낸 건 아닌가 하는 미안함으로 남아 있는 사람들의 충격도 오래간다.

혹시나 그 사람이 아니었으면
내가 되었을지 모르는 상황,
그 자체가 너무나 공포이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은 고정비 감소를 통해 회사를 정상화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이다. 그전까지는 인원들에게 손을 대기보다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강구해야 한다. 인원을 줄이는 건 돌이키기 힘든 큰 상처를 남기기 때문이다. 그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기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우리 회사 조직책임자들은 이런 직원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최근 들어 진행된 결정들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그분들을 믿고, 회사가 나의 미래를 보장해 줄 것이라고는 일말의 기대도 할 수 없다. 뭔가 방법이 필요하다.

구조조정이 가장 뼈아픈 것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차가운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회사 밖을 나가서 본인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을까? 회사 내에서 쓸모 있는 기술이라도 습득한 사람이라면 한결 상황이 낫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은 노멀리스트로 키워져서 언제든 자기 자리가 교체되더라도 회사가 돌아가는 데는 전혀 영향이 없다.
결국 그런 상태에서 결정할 수 있는 선택지는 치킨집이나 프랜차이즈 편의점이 다일 것이다. 그나마도 수중에 어느 정도의 예산을 확보한 사람이라야 가능한 선택지일 뿐 그마저도 준비되지 않은 사람은 정말이지 앞날이 캄캄해진다.

지금 불안하다면, 준비가 안 되어서다.


구조조정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영원히 안전한 세상은 없는 것 같다. 항상 위기는 존재한다. 어쩌면 인생은 문제들의 연속이고, 그 사이에 간간이 찾아오는 위기들을 어떤 식으로 헤쳐나가는가 일지도 모르겠다. 그러기 때문에  항상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위기에 대해 준비되어 있다면 위기는 더 이상 위기가 아니라는 말이 있다. 가장 어리석은 사람은 다가올 위기를 알면서도 조치하지 않은 사람이다. 스스로 비 오는 날을 대비하여 우산 정도는 사 두어야 할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비가 오더라도 소매는 젖어도 몸 전체가 젖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준비되지 않으면 불안하다. 불안하다는 것은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약을 먹는다고 능사가 아니다. 그 불안의 원인을 해결할 수 있도록 무언가를 준비하는 것이 그 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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